

"'의식주'의 제일 앞에 나오는 옷 의자인데, 왜 도서관은 있어도 옷 빌려주는 곳은 없을까? 돈이 없어도 주눅들지 않고 한 바구니 옷을 골라담을 수 있는 곳, 한 시간 내내 매장을 돌며 이 가방 저 신발 뒤적여도 슬그머니 따라붙어 눈치 주지는 않는 곳.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복태의 마음에 쏙 들 중고 옷가게를 영등포구에서 찾았다. 신길역에서 대신시장으로 내려가는 대로변 왼쪽, 한적한 아파트단지로 내려가는 입구에 '리바이벌'이라는 큼직한 간판이 보인다. 별달리 스타일리시하고 독특한 매력은 아니지만, 누구나 입을 법한 무난한 요즘 옷들 잘 뒤지면 나의 스타일을 찾아낼 수 있는 옷가게다.

10년차 운영 원칙은 무조건 '편안함'
문을 열고 들어가면 널찍한 가게에 힘을 뺀 옷들이 사방팔방 걸려 있다. 청바지, 가죽점퍼, 보헤미안 원피스.. 빈티지 하면 떠올리는 튀는 패턴이나 구제 명품보다는, 엊그제 산 친구 옷을 빌려입듯 눈에 익은 디자인과 상표들이다. 환한 통유리 앞 마네킹 뒤에는 5천원짜리 가방과 구두가 잔뜩이다.
올해로 10년차 운영 중인 리바이벌에서, 자신 역시 단골로 발길 내다가, 1년 전 가게를 물려받게 됐다는 김영미 대표(48)를 만났다. 남녀노소 안 가리고 등산복, 한복에 명품부터 시장 물건까지 모두 모은 한국표 중고 옷가게 리바이벌. 운영 원칙은 무조건 '편안함'이라고 입을 뗀다.
"입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큰 부담을 안 갖는 품목이죠. 요즘 옷은 닳아서 버리는 경우가 없어요. 재활용 의류 물량이 많이 나오는데, 그 옷을 팔아 돈을 벌고, 사는 분들은 저렴한 가격에 멋도 내고 하면 좋겠다 생각했지요. 잘 고르면 보물같은 옷들도 많아요."


할머니부터 이주여성까지, 지역 사랑방
한 번 세탁이 되었던 옷이기에, 새 옷과 달리 입는 순간 부드러운 촉감도 재활용의 매력이다. 넉넉한 옷 따라 주인 따라 신길동 주민들도 하나둘 가게 안 소파에 모여 앉는다. 평범한 옷부터 화려한 옷까지, 할머니 니트부터 아기 면 티셔츠까지 경계없이 입어보며 놀다보면 백화점 쇼핑갈 시간조차 없다.
단골 많은 리바이벌은 사실 지역민들 고충을 털어놓는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낙후된 가족제도에 몸이 묶여 시집살이 중인 멋쟁이 엘리트 주부도, 결혼이민을 와 모텔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조선족도, 작업복 찾는 베트남 이주 노동자도 들러 고충을 토로하고, 옷을 고르며 위로 받는다.
리바이벌은 주민들 고향을 통해 블루베리, 도라지, 쌀 등 농산물 직거래 알선장 역할도 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려운 곳에 정기적으로 옷을 보낼 계획도 있다. "신길동이요? 대신시장이 코 앞이라 야채도 싸게 살 수 있고, 서민들이 살기에는 참 좋은 동네죠," 사랑방 주인 김영미 대표가 귀띔하는 동네 자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