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주 : 영등포구에는 서울시 노숙인의 90%가 몰려 있으며 토마스의 집을 비롯해 6개 지원 기관이 밀집해 있다. 영등포구의 사회적 기업 빅이슈 사무실 역시 영등포시장역 인근 청과시장에 위치해 있다. 거리에서 잡지를 팔아 노숙인의 자활을 돕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든다. 재능 기부, 자원봉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교육을 이수한 후 도우미로 참여할 수 있다. >
빅이슈와의 첫 만남은 전철역 입구 빅판(노숙인 출신의 판매사원)에게서 창간호를 구입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홀로 서있던 빅판이 미소지은 순간이 따뜻한 울림으로 남았기에 빅이슈 수다회는 물론 도우미까지 선뜻 나서게 된 것 같다. 잡지 한 권이지만 마음을 담아 응원할 수 있고 잡지 값 3천원의 절반 이상이 자활을 위해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같은 돈이라도 빅이슈에 먼저 지갑을 열게 된다.
냉랭함 이겨내는 자활의 첫걸음
빅이슈의 의미를 수치나 어떤 견해로 말하기보다 직접 몸으로 겪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판매도우미를 자청했지만 우선 교육부터 받아야 한단다. 한 시간 남짓 교육을 받고 다음날, 즉시 빅판 도우미 출동! 공교롭게도 추위가 몰아쳤다. 영하의 날씨가 아니었음에도 칼바람 덕에 체감온도가 가파르게 떨어져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로 느껴졌다. 아래위로 내복까지 갖춰입었는데도 거리에 서있는 자체가 힘든 일임을 절감했다.
참고로, 오늘의 주인공은 도우미인 필자가 아니라 홍대입구역 5번 출구를 지키고 있는 배윤식 빅판. 사진으로 웃는 얼굴만 보아서인지 첫인상은 좀 무뚝뚝하신 듯 했지만 이내 수다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내 차림이 추워 보인다고 걱정하시며 빅판으로 처음 맞는 겨울이 쉽지 않은 일임을 토로한다.
"우리야 바깥에서 지내는 게 익숙하니까 괜찮지만 너무 힘들면 일찍 들어가요. 근데 오늘 춥긴 춥네. 빅판으로 사계절을 처음 나는 거니까 아무래도 힘들긴 하죠."
사실 빅판이 되기 위해, 자활의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가장 큰 벽은 '냉랭함'이다. 비단 날씨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빅이슈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홈리스였음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한 것. 처음 홍대역 앞에 자리잡았을 때는 주변 상인들의 텃세와 행인들의 눈초리에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눈치껏 전전하며 살아온 시간이 몸과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기에 극복하는 데 더 큰 용기와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했을 터.

노숙인에게 빅판은 인생의 전환점
배윤식 빅판은 축구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 9월 세계의 홈리스 축구팀이 모이는 월드컵에 출전한 그의 포지션은 골키퍼라고. 비록 단 한 번의 승리에 만족하며 돌아왔지만 20여 일이나 자리를 비운 탓에 다시 새로 시작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단골들한테 야단맞았어요. 일일이 자리 비운다는 얘기를 못 했으니 제가 그만둔 줄 알고 걱정했다고요. 손님도 끊기고 다시 예전만큼 하는 데 제법 걸렸어요."
이래저래 부침이 있었지만 이제는 제법 연륜이 느껴지는 배윤식 빅판. 그가 "안녕하세요, 빅이슈코리아입니다"라고 하면 나도 "안녕하세요, 빅이슈 판매하고 있습니다"란 구호를 외쳤다. 말이야 처음 떼기가 어렵지, 반복하니 사람들이 쳐다봐도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고 다만 몇 부가 팔렸는지 연신 헤아리게 된다. 하지만 몇 부나 파는지는 영업기밀에 속하므로 일일이 물어보지는 말 것.
익숙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약속했던 두 시간이 다 되어가자, 한쪽 장갑을 분실한 손은 얼음장이고 안색은 거의 사색이 되었다. 때마침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고 지인이 응원차 와주었다. 덕분에 매상도 몇 부 올렸다. 나의 임무는 일단 끝났지만, 차가운 거리에서 차가운 시선에 맞서기 위해 많은 이들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조금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겠다. 거리에서 빅이슈를 만나거든 따뜻한 응원의 시선 잊지 마시길. 누구에게나 홀로서기가 중요하지만 빅판에게는 인생의 가장 중대한 전환점이나 다름없으니. 빅이슈 문의) 02-766-1115










